이별 없는 세대
너는 열차다. 덜커덩거리며 기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열차 다. 너는 철로다. 온갖 일이 네 위에서 일어나고 너를 녹슬어 눈멀게 하고 은빛으로 반짝이게 한다.
너는 인간이다. 너의 뇌는 기린처럼 외롭게 끝도 없이 긴 목 위 어디엔가 붙어 있다. 그리고 네 마음을 속속들이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죽은 자들이라고요. 그들은 너무 많아서 밤마다 허공에 밀려들어 너무나도 많은 죽은 자들이
그들은 머 물 자리가 없소. 모든 사람의 마음이 다 차버렸기 때문이오 가장자리까지 가득 차버렸지. 그들은 마음속에만 머물 수 있는데 말이오. 그렇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죽은 자들이 너무 많아.
오, 이봐, 정말 끔찍해. 슬픔이 우리를 엄습해 자식들의 요 람 앞에 서 있는데 눈물이 찢긴 눈 틈새로 스며 나온다면 얼 마나 끔찍한 일이냐. 신부의 침대 맡에 서 있는데 슬픔이, 검 은 삼베옷을 입은 유령처럼 우리 마음속에 차갑고 쓸쓸하게 기어오른다면, 우리가 웃는 순간에도 마음속에서 그런 슬픔 이 고개를 쳐든다면 얼마나 끔찍하겠어. 우리는 그런 슬픔 에 내맡겨졌어.
너 그걸 모르겠어? 이 세상에 번지는 울부짖음이 얼마나 끔 찍한지 모르겠어? 잔뜩 겁에 질려 이 세상에 울려 퍼지는, 네 마음속에서 치밀어 올라 포효하는 저 울부짖음 말이야.
밤의 적막 속에서, 사랑의 정적 속에서, 말없는 고독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 그 울부짖음은 바로 조소라고 불린다! 신째!
삶! 공포라고도 불리지. 이제 우리는 우리 몸속을 흐르는 모 든 피와 함께 그 울부짖음에 내맡겨졌어.
우리는 웃고 있지. 그래도 우리의 죽음은 처음부터 계획 되어 있어.
우리는 웃고 있지. 그래도 우리의 파멸은 피할 길이 없어.
우리는 웃고 있지. 그래도 우리의 몰락은 눈앞에 닥쳤어.
오늘 저녁이든, 모레든.
어둠과 안개와 냉혹한 나날에, 문도 없고 창도 없는 암흑에 내맡겨져 있어. 우리는 우리 내부에, 우리 주변에 내맡겨져 있어. 달아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지. 그런 데도 우리는 웃지. 우리는 아침이 올 것을 믿어. 그러나 그 아침을 잘 알지는 못해. 우리는 아침을 신뢰하고 의지하지.
그러나 아무도 그 아침을 우리에게 약속하지 않았어. 우리 는 아침을 부르고 애원하고 울부짖지. 그러나 아무도 우리 에게 대답해주지 않아."
저 위 높은 천장에는 석회 반점이 서서히 밝아진다. 게 밖 에서는 달과 가로등과 별이 창백하고 희미해진다. 광채도 의미도 없이 흐릿하다.
그리고 저 밖에 도시가 있다. 우울하고 어둡고 위협하는 몸짓으로, 도시다. 거대하고 무자비하고 선량한 도시다. 말 없고 거만하고 돌로 된 불사의 도시다.
그리고 저 밖에, 도시 외곽에 서리처럼 순수하고 투명하 게 새 아침이 와 있다.
우리는 어차피 바보들이야. 문가에서 팀이 말했다. 우리 남자들은 모조리 다 바보들이라고. 우리는 술과 재즈와 철 모와 여자가 있고, 집과 만리장성과 등불이 있지. 이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어. 그러나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그것들을 가 지고 있지. 두려움을 이기려고 우리는 그것들을 소유하는 거라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바보들이지.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사진을 찍고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낳고 두려움 때 문에 여자들 품속으로 파고들지, 항상 여자들 품으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