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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석곡

K2o 2024. 9. 10. 15:57

몰아라 어서 보자 총석정 어서 보자 총석정 좋단 말을 일찍이 들었거니

바람 불면 못 보려니 몰아라 어서 보자 벽해 위의 높은 집이 저것이 총석정인가 올라 보니 후면이라 전면으로 보오리라 배 대어라 사공들아 풍랑이 일지 않아 층파로 돌아 저어 총석 전면 보게 하라 배 띄워라 굽이마다 따라 저어 볼 양이면 영소전 태을궁*을 지으려고 경영턴가 돌기둥 천백 개를 육모로 깎아 내어 개개이 묶어 세워 몇 만 년이 되었던지 황량한 데 벌였으니 배 없어 못 실린가

(중략)

하우씨 도끼뿔이 용문을 뚫었으나

이 돌*을 만났으면 이같이 깎을세며 영장*이 신묘하여 코끝의 것 찍었으나 이 돌을 다듬는다고 이같이 곧을쏘냐 어떠한 도끼로 용이히 깎았으며 어떠한 승묵*으로 천연히 골랐는고

끈 없이 묶었으되 틈 없이 묶었으며

풀 없이 붙였으되 흔적 없이 붙였으니 공력을 이리 들여 무엇에 쓰려 하고

한 묶음씩 두 묶음씩 세운 듯 누인 듯 기괴히 꾸몄다가 세인의 노리개 되야

시 짓고 노래하여 기리기만 위한 것인가 통천의 총석정과 고성의 삼일포며

간성의 청간정과 양양의 낙산사며

강릉의 경포대와 삼척의 죽서루며

울진의 망양대와 평해의 월송정은

이 이른 관동팔경 자웅을 의논 말라 천하의 두 총석은 응당 다시 없으려니 물로는 동해수요 뫼로는 금강산과 폭포로는 구룡이오 돌로는 총석이라 장관을 다한 후의 다시금 혼자 말이 괴외기걸* 하온사람이같은이있다하면 천 리를 멀다 말고 결단코 찾으리라

엊그제 빚은 술이 다만 세 병뿐이로다

한 병은 물에 놀고 또 한 병 뫼에 놀며 이밖에 남은 병 가지고 달에 논들 어떠리

 - 구강, 「총석곡」 -

 

* 태을궁 : 옥황상제가 사는 궁궐. *이 돌: 총석정 주변의 기암괴석. *영장: 영험한 장인.

* 승묵 : 먹통에 딸린 실줄.

* 괴외기걸 : 빼어나게 뛰어난 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