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

우선 ‘떠남’의 유혹에 대해 논해 보자. 여행은 떠나면서 시작하지만, 돌아오면서 마감한다. 사람에게 ‘귀환’이란 말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어도 드물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돌아오는 동물’이다. 물론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출발이 전제되지 않은 귀환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귀환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도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순례자도 돌아오기 위해서 떠난다. 성지에 영원히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멀고 먼 순례의 여정을 인고한다. 끊임없는 방랑의 여정을 체화한 것 같은 유목민도 사실 이곳저곳 ‘돌아갈’ 수 있는 장소를 정해놓는다.

인간은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여행이라는 모험을 시도하는지 모른다. ‘무사히’ 돌아와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반추하려고 떠나는지 모른다. 여행 광고는 이 두 가지 삶의 가치, 곧 안전과 보람이라는 삶의 가치도 떠남의 설렘 뒤편에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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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여행객은 여로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간을 즐긴다. 공간의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써버린다. 시간을 써서 공간을 향유한다고 할 수 있다. 공간 속에서 시간조차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면 공간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 순간에는 시간조차 공간화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공간에서 의도적인 활동을 최소화하면 시간을 잊게 된다. 하염없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바라보고 있거나,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에 도취해 있다가 의식이 돌아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시간 가는 줄 몰랐어!”라는 감탄의 말이다. 이런 순간들은 역설적으로 시간을 ‘고귀하게 낭비하는’ 무위의 순간들이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13907.html